음식, 면역 시스템에 보내는 신호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을 통해 섭취한 영양분은 내가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 된다.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 기름을 넣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음식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음식은 에너지원으로써가 아닌 또 다른 차원으로도 건강에, 특히 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알아서 움직이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다. 몸의 주인이 직접 면역세포나 유산균의 행동을 조종하고 명령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일상의 습관, 즉 내가 먹는 음식, 수면, 스트레스, 운동으로 구성된 생활 습관이 통합적으로 면역 시스템에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나의 어떤 생활 습관이 면역 시스템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뿐이다. 물론 그 인과관계는 과학자들도 100%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장내 미생물과 면역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연구를 통해 면역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장내 생태계는 식단에 따라 달라진다>

장은 내 몸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미생물들에게는 삶의 터전 곧 환경이다. 내가 오늘 먹은 밥은 나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공급받은 영양분인 동시에 장 속에 살고 있는 여러 미생물들이 살아가기 위한 먹이가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생물들도 각자 종류에 따라 선호하는 음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선호’라는 단어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미생물의 음식 선호도는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좋아하는 음식이란 그들이 생존하고 증식하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기억할 것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유익균과 건강에 유해한 곰팡이균은 서로 식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유익균을 증식하는 도움이 되는 영양소는 곰팡이균의 생존을 억제하게 되며, 곰팡이균이 좋아하는 영양소는 반대로 유익균의 증식을 저해한다. 따라서 내가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장내미생물 생태계의 구성이 결정된다.


캐나다 연구자들의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진술이 있다 “식단 변화로 장내 미생물총의 구조가 57% 변할 수 있는 반면,유전적인 변화로는 고작 12%만 변할 수 있다. 이는 식단이 장내세균총 형성에 지배적 역할을 하며, 주요 미생물이 변하면 건강한 미생물군이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유익균이 좋아하는 식물성 섬유질을 많이 먹으면 장내 유익균에게 유리한 생태계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 유익균의 종류는다양해지고 건강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유지되어 장내 면역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면역과 관련된 질병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반면 섬유질이 부족한 서구식 식단은 장내 유익균의 종류를 감소시킨다. 또 장내 상피세포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구식 식단이 만든 서구식 미생물군은 건강하지 못한 장내면역 시스템을 구성하게 된다. 애석한 것은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이 바로 이 서구식 식단, 그중에도 정크 푸드라고 불리는 패스트푸드, 라면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10대 비만율은 매년 지속적으로증가한다.  패스트푸드에는 유익균의 증식에 도움이 되는 섬유질이 적고 곰팡이균이 좋아하는 단당류 함량이 상당히 높다. 그 결과 건강하지 못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형성되고 이는 면역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켜 자가 면역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글: 정가영(히포크라타 면역클리닉 원장)